지적배부름

[도서후기] 소년이 온다 - 한강 독서록

도션 2023. 5. 21. 00:00

션하 지적배부르션(•̀⌓•́)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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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온다

소년이온다-한강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면서 알게된 한강 작가의

다른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고싶어졌다

도서관에서 일반책도, 전자책도 잘 빌리는데

일반책이 있길래 예약을 걸어두고 예약한 날짜가 되어 대출해왔다

 

헤지고 오래된 가벼운 책이었다

518 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고 각오를 하고 책장을 넘기며

울지않으려고 애쓰며 읽었기때문에 울지 않았다

다만 가슴이 먹먹해졌다

 

끔찍하게 희생된 자들은 말이 없으나,

그 틈에서 생존해낸 사람들의 수많은 어려운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죽은 사람들은 언제까지나 배가 고프지 않을 것이지만,

살아남은 이들에게 찾아오는 허기가 치욕스럽다는 표현

허기를 느끼며 음식 앞에서 입맛이 도는 것이 괴롭다는 표현이 와닿았다

 

내용 중 인상깊었던 단락을 소개하면,

 

군중의 도덕성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군중을 이루는 개개인의 도덕적 수준과 별개로 특정한 윤리적 파동이 현장에서 발생된다는 것이다.

어떤 군중은 상점의 약탈과 살인, 강간을 서슴지 않으며, 어떤 군중은 개인이었다면 다다르기 어려웠을 이타성과 용기를 획득한다.

 

후자의 개인들이 특별히 숭고했다기보다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지닌 숭고함이 군중의 힘을 빌려 발현된 것이며,

 

전자의 개인들이 특별히 야만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인간의 근원적인 야만이 군중의 힘을 빌려 극대화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어떤 경우엔 너무나도 무서운 군중심리

희생자가 되어야했던 시민군 사이에서의 군중심리와

특별히 잔인한 군인들이 포상을 받았던 계엄군 내에서도

시민을 일부러 조준하지않고 죽음앞에 울음을 삼켜내던 군인들 안에서의 군중심리는

무엇이 달랐기에,

그들의 삶은 이렇게나 극명하게 달라졌을까

 

그렇게나 무섭고 내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서도

총을 가진 시민군들은

계엄군에게 총을 쏘지 못했다

무서운 계엄군의 힘만큼이나 강렬한 그것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그것이 자신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피가 솟구치고 내장이 쏟아지며 살이 뚫리는 고통의 공포보다 컸던

수십만 사람들의 피가 모여 거대한 혈관을 이룬 것 같았다던 느낌

그 혈관에 흐르며 고동치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의 맥박을 느껴

감히 그것의 일부가 되었다고 느끼는 그 감정

불가능 할 것 같던 저항과 투쟁을 가능하게 했던,

감히 어떤 단어로도 표현하기 조심스러운 그 숭고함이란

내가 살면서 단 한번이라도, 단 1초라도 느껴볼 수나 있을까

 

자신이 완전하게 깨끗하고 선한 존재가 되었다는 느낌이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

양심이라는 눈부시게 깨끗한 보석이 내 이마에 들어와 박힌 것 같은 순간의 광휘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고 이 책은 말한다

 

나와 가장 뜻이 맞았다고 느꼈던 구절이 있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왜?

왜 그 사람들은 자신의 고향과 자신의 터전에서

그렇게 비참한 죽음을 맞이해야했을까?

누구의 뜻으로?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인가?

그 분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 것 뿐인가?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 것,

벌레, 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것인가?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인가?

 

숭고한 피의 양심을 느껴 자진한 이가 있는가하면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소극적이었던 이도

그 일에 휩쓸려 모진 고문을 받게 된 이야기도 있다

 

그러니까, 이 일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었단 말인가?

 

운동으로 사망한 유족들은 수십년이 지나고도 그 트라우마 속에 살며

희생된 가족들을 위한 본인들의 일을 하다, 한 청년의 외침을 듣는다

 

엄마들, 여기서 왜 이러고 있소? 엄마들이 무슨 죄를 지었소

 

맞어,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단가

 

이 말로 엄마는 거침없는 발길로 유리를 밟고 올라가 목놓아 외친다

 

아직 남아있다, 그럴 힘이

 

그 엄마의 희생된 막둥이의 어릴 적 채근으로

막둥이의 성향을 잘 나타내주는 문장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엄마아, 저기 밝은 데는 꽃도 많이 폈네. 왜 캄캄한 데로 가아, 저쪽으로 가, 꽃 핀 쪽으로.

 

 

 

 

 

끝.